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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2학년 1학기 종강. 오랜만의 포스팅.

어느새 또 한 학기가 끝났다… 포스팅을 학기 중에 올리려고 노력했는데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 오늘까지 왔다. 블로그의 정체성이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 적는 건데 감사하게도 이런 글들을 봐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블로그를 어떻게 할지..

나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내 연구분야가 정해졌고 지도교수님이 생겼다는 것이다.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계량 전공 교수님으로. 앞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도 계량이 됐다. 이번 학기에 들은 수업은 계량 토픽 수업, 응용미시, 마케팅모형 수업이었지만 사실상 모두 계량 이론 혹은 방법론 수업이었다. 계량 수업에선 GMM에 대해 깊이 있게 들어갔고 마지막에는 clustering에 대해서 간략하게 배웠다. 응용미시는 microeconometrics라고 불리는 방법론들(e.g. choice model, quantile regression, censoring problem)과 인과추론에서 사용하는 방법론들(e.g. DiD, SCM, RD)을 배웠다. 마케팅모형 수업에서 나오는 방법론들은 응용미시 수업에서 혹은 1년 차 계량에서 배웠던 내용들에다가 choice model을 더 깊이 있게 다뤘다.

응용미시와 마케팅 수업을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다. ‘결국 계량?’이다. 계량이 너무 중요하다고 느꼈다. 최근 응용미시나 마케팅과 같은 응용 필드에서의 연구는 대개 (1) 멋진 데이터를 갖고, (2) 멋진 계량 방법론을 돌려서, (3) 멋진 implication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 같다. 응용미시와 마케팅 수업에서 내가 관심 있게 봤던 것은 인과추론 방법론들을 사용해서 무슨 데이터를 어떻게 왜 분석하는 지다. 아마 많은 경제학자들에겐 익숙한 방법론인 DID 방법론에 대해서도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그동안 사람들이 많이 사용해 왔던 DID 방식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논문이 최근에 나왔다(De Chaisemartin, C., & d’Haultfoeuille, X. (2022). Two-way fixed effects and differences-in-differences with heterogeneous treatment effects: A survey forthcoming, Econometrics Journal). 이 논문의 결론은 많은 DID 방법론을 사용해 온 연구자들에게 꽤나 충격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수업을 들으면서 나도 경제 현상을 분석할 때 필요한 방법론들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론 분야가 그렇지만.. 계량 이론 박사가 취업을 하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있어 망설여졌다. 나도 많은 사람들이 주로 하는 노동, 보건과 같은 응용 필드에서 데이터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지금의 지도교수님, 지도교수님의 제자분들과 얘기하며 계량을 해야겠다고 확신을 가졌다. 당장 지금의 내가 잡마켓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느꼈고,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맞지 않나?

내가 느끼기에 계량 이론을 하시는 분들은 3d 업종 종사자분들과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3d 업종 종사자분들의 일은 상대적으로 어렵고 힘이 많이 든다. 옛날 한국에선, 아니 어쩌면 지금도 이러한 직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비난하곤 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없다면 내가 일상생활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누릴 수가 없다. 이 분들이 내가 하지 않는 일, 남들이 쉽게 하지 않는 일을 맡아서 해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지금 편안하게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다. 계량 이론을 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계량 이론은 정말 수학 범벅이다. 수학자도, 통계학자도 아닌 계량경제학자들은 다른 미시, 거시, 응용분야가 집중하지 않는 것들에 집중한다. 그들이 더 유의미한,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론을 구상하고 생각한다.

이번 방학은 나에게 꽤 중요한 의미가 될 것 같다. 지도교수님께서 올해는 기초를 다지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라고 하셨다. 하기 싫은 공부들을 지금 많이 해둬야 된다고 조언해 주셨다. 그래서 다시 한센의 계량책을 펼쳐서 복습도 하고, 확률론도 공부 중이고, 이것 저것 더 공부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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